** 글에 앞서 장기간의 휴가를 허락해준 회사와 나의 공백을 대신 메워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합니다.
☆ 드디어 출발 삼일째!!
무슨 여행기를 수개월에 거쳐 쓰는군요 (최대한 빨리 쓰려고 노력중이나, 쉽지 않아용)
이 글은 스크롤의 압박이 크기 때문에 긴 글을 싫어 하는 분은 "더보기"를 누르지 않고
대충
"이야 부러워요"
"우와 혼자 이런걸 하려면 정말 ....이야"
"와 사진도 잘찍으셨어요"
"좋은 추억 되셨겠습니다 부럽습니다"
정도의 보편적인 댓글로도 저는 충분히 기뻐질 수 있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어제 교토에서 미나구치까지 60km도 안되는 거리를 헐떡거리면서 겨우 달린것은
그 전날 잠들기전 여러가지 라이딩을 방해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해서~ 미나구치에서는 열심히 잠만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조식까지 먹어주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기상과 동시에 왠 식욕이 이리 땡기던지 디저트까지 잘 먹었습니다.
아침 7시였는데도 일본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뜨니 한낮의 느낌이예요,
학교 가는 아이들까지 있어 이른 아침의 느낌은 완연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추석이라 교통체증에 가족들 모임에 분주하겠지만
평일인 일본에서 나 홀로 한가하게 라이딩을 즐긴다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날씨는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여행한 기간 중 가장 좋은 날씨였죠
하지만 9월임에도 불구하고 한여름의 태양과 습도를 느끼는 순간 어제까지 흐렸던 날씨가 그립고,
심지어는 비가 내리는것이 더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지경입니다.
선크림가지고는 택도 없을것 같아 얼굴을 버프로 완전히 가려버리고,
앞으로 만나는 사람에겐 이름을 장동건이라고 알려주기로 하고 출발했습니다.(응?)
시작과 동시에 나타난 바이패스로 인해 국도1호선에서 떨어져 나와 지방도로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합니다.
한적한 시골이라고 하기엔 서람이 너무 없어 흠좀무.....
1시간 가량 달려서 다시 1호선을 올라타니 옆으로 녹차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사실 녹차인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습니다만...
녹차 밭이라고 느끼고 달려서 기분이 좋았으니 녹차밭이라고 해두죠
하천이 나오고 교각이 나오길래 또다시 바이패스가 나오나 싶어 울적해 지려는 순간
자전거 및 보행자 전용 다리가 마련되어 있어 너무나 기뻣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드디어 지도에 시퍼런 색으로 칠해져 있던 카메야마(龜山)가 나타났습니다.
교토를 빠져나오던 업힐도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 이젠 진짜 산이 나온것입니다.
진짜 산입니다.
계속 오르막이라는 뜻이죠
시속 5km를 넘질 못하겟더군요, 계속 울었습니다.
이젠 패니어 속을 뒤져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ㅡ,.ㅡ
버린 품목들은 지금 생각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안버렸으면 아마 여행을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자전거 장거리 여행을 앞둔 분들...... 짐은 꼭 필요한것만 가져 갑시다.!!
드디어 오르막이 끝났습니다.
이제부턴 몽창 다 내리막이라는 뜻이죠
너무 기쁜 나머지 내가 만약 개였다명
엉덩이에 있는 꼬리를 미친듯이 흔들렸었을 것 같아어요.
내리막 출발 전에 나의 첫 힘클라임을 기념하며 찰카닥!!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후
임도나 싱글로 산을 가보니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못올라가겠더군요
제가 지금 올라 서 있는 카메야마는 높은 산이지만 자동차를 위해 완만한 경사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도로를 깔아서
제 실력에도 업힐이 가능했던것 같고, 일단 초심자의 운으로 올라갔다고 여겨집니다.
아 다운 힐 정말 짜릿했습니다. 3시간에 걸친 업힐에 주어진 30여분 남짓한 다운힐은 정말 짜릿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내려가는데 도로 한가온데에 뱀이 움직이지도 멈추지도 않은채 떡하니 버티고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이걸 어쩌나 싶었지만 그냥 뱀을 밟고 지나가버리는게 내가 사는 길이다 싶어 좌악....
그 소리도 실로 처참했습니다.
자전거고 차고간에 로드킬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ㅎㅎ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기분이 또 다시 떠올라 우욱......
뱀을 밟고 무서워서 멈추지도 못하고 혹여나 제대로 죽지 않아 저를 쫒아 오진 않을까 싶어 그대로 내리막을 달렸습니다.
정말 그때 심정으로는 뱀이 쫒아 오는것 같았어요 ㅡ,.ㅡ
(군대있을 때 또라이 고참 하나가 뱀을 구워먹겠답시고,
잡아온 뱀을 쿠킹호일에 둘둘말아 전자렌지에 돌린........
썅!!!!.......
폭발 사건 뒷수습의 악몽 이후 뱀이 싫습니다.)
내려가다보니 도로 옆으로 마을이 있길래 한번 들러봤더니
이 산이 왜 카메야마(龜山)인지 알겠더군요
거북이를 잡아볼려고 해봤으나 잡히지도 않고 돌아와서 이 사진을 본 이들이 하나같이'거북이가 아니고
자라야'라고 말해줘서 기분이 좋다가도 좋지 않았습니다.
마을이 정말 이뻣습니다.
산도 맑고,
길도 맑고,
공기도 맑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맑았느나,
뱀을 밟은 제 정신만 어두웠습니다.
산을 다 내려와서 계산을 해봤습니다.
올라갔던 산의 고도와 걸린 시간 그리고 내 자전거 휠의 크기를 따져 보려 했지만
어떻게 뭘 계산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말근육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자전거 운동인데......
살이 빠지고 찌는 순서가 있듯이
근육도 만들어 지는 순서가 있었나 봅니다.
뇌가 먼저 근육이 되어 가고 있었어요 ㅠㅠ
산을 내려오자마자 길을 건너야 하는데 이런 육교가 나오니 아주 기분이 좋다가도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산을 다 내려와 1호선을 잠시 벗어나니 작은 강이 하나 나와서 점심을 이곳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아주 저렴한 도시락이었습니다.
도시락 팔던 아저씨가 말을 걸길래 오사카 부터 출발했다고 하면 임팩트가 좀 떨어지는것 같아서,
나가사키 부터 출발했다고 하니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주더군요 ㅎㅎㅎㅎ
공짜로 계란도 하나 얻었습니다.^^ 한화로 2500원정도 하는 도시락이었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밥을먹고 10분 정도 달리다 보니 카메야마(龜山)시市 를 벗어나더군요....
거북이 보다 뱀이 많았던 산...
정말 뱀이 싫습니다.
여기서 부터 펼처진 1호선의
자전거 도로는 그야말로 개판이었습니다.
도로변에 자라난 길다란 잡초가 반바지를 입은 저의 다리를 공격해서 계속 자잘한 상처가 나서 너무 따가웠습니다.
한참을 그런 거지 같은 길을 따라 달리다가 욕카이치시 라는 중소 도시가 나와 쾌적하게 라이딩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까 저 위에 버프로 온통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것이 기억 나시죠...
그렇게 달리고 있어서 인지 신호대기중인 저를 향해 경찰이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목표로 하고 있는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던 저는
"나는 관광객이다. 얼굴을 온통 다 가렸지만 위험 인물이 아니다"
라는것을 온몸으로 표현 하기 위해
맞은편 건물을 사진에 담는 포즈를 취했으나
담고 보니 거참.............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상황 연출인데다가, 더할나위 없이 의미없는 건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결국 경찰이 온갖 죄송한 표정에 인사와 함께 잠시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얼굴을 공개해버려, 장동건이라고 소개 하기로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경찰은 왜 얼굴을 이렇게 다 싸매고 다니느냐 덥지 않느냐 라고 물었고
얼굴이 타고 싶지 않아 이렇게 했다는 나의 대답에
시커먼 얼굴을 한 경찰 두명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내 여권의 정보를 열심히 적고 있었습니다.
얼굴이 시커먼 두명의 경찰은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뒤에서 응원할테니 사포로 까지 힘내세요라고
외쳐 주었습니다. ( 제가 사포로 까지 가는거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응원하지마!! 라고
한국말로 밝게 웃으며 이야기 해주었더니
왜 갑자기 다시 한국말을 쓰냐는 표정으로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 주더군요^^
열심히 열심히 달리니 바닷가가 나왔습니다.
그다지 광활한 광경은 아니었지만 바다라는 생각에 기쁨에 충만해서 사진 한장 찰칵~ 찍고나서 바닷가를 쭈욱 따라가다보니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ㅡ.ㅡ
다시 국도 1호선 찾아 가느라고 또다시 진땀을 빼고는 나고야를 향해 열심히 달렸습니다.
이놈에 긴 다리는 대충 한강에 있는 다리 길이의 4배정도 됩니다.
다리 위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한장 찍어주고 다시 열심히 달렸습니다.
두번째 다리와 세번째 다리를 무사히 지나고 있었습니다. 세번째 다리는 중간에 교차로 까지 있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뭐하지만 다리 중간에 교차로가 나온것도 소스라치게 놀란데다가, 교통상황까지 복잡스러워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습니다.
자 이제 나고야는 코앞에 둔 마지막 다리입니다.
이다리가 얼마나 긴것인지 나름대로 똑딱이를 가지고 표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념으로 셀카 한방 더 찍으려다 보니 다리밑에.....
이런, 갑오경장 이후로는 본적이 없는 남사스러운 장면이 다리 빝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DVD도 없는건가?
PC도 없는건가? (이건 없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본은)
돈도 없는건가?
아 안습이다.....
하여튼 숨소리를 죽이며 몰래 촬영한 후 미친듯이 달려 드디어 !! 드디어!!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아져서 구름위를 나르듯 순정패달을 쩌억쩌억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한참을 갔는데도 나고야라는 표지판이 안나오더군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던길을 멈추고 파출소에 들어갔습니다.
(파출소앞의 내 노랑이 <- 지금은 이미 팔아먹은 자전거죠)
- 여긴 어딘가요?
- 나고야 입니다.
......나고야 도착의 감격을 시커먼 경찰 아저씨로 부터 들으니 감흥이 그저 그랬습니다.
- 잠을 잘만한 호텔은 JR 역주변이 많을까요?
- 아마 그렇다고 봅니다만, 자신없네요... 그쪽은 도통 가보질 않아서
- ㅡ,.ㅡ
할말을 잃고 JR 역 방향만 물어 본 뒤에 다시 한번 열심히 달려서 JR역을 찾아낸 순간....
무릎을 바늘100개로 동시에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 이지만 안장을 너무 낮게 하고 생활 잔차 처럼 타고 있었어요... ..그것도 여행 끝날 때 까지)
(감동의 JR 역, 파출소에서 여기까지 무려 1시간반이나 거렸습니다. 나고야 넓네...)
여기서는 정말 무릎으로 패달질을 하지 못할정도로 아팠지만
그래도 끌바보다는 타고 가는게 훨씬 빠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아픈 무릎으로 숙박할 호텔을 찾아 헤메었습니다.
이곳에 와서 다시 물으니
JR역에서 좀 떨어진 호텔 밀집지역을 알려주어서 가봤더니
특1급 호텔들 뿐인데다가 모든 호텔이 만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딘가에 방이 있겠지 싶어 사진도 열심히 찍고 신났었습니다.
오우~ 대관람차가 건물에 붙어 있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호텔을 뒤져볼 수록, 방이 없었습니다.
다시 JR역쪽으로 더듬더듬 오는동안도 계속해서 만실....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호텔, 켑슐텔, 여관 할것 없이 만실 사태에 노숙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망연자실 끌바를 하다가
극적으로 여관을 하나 발견하고 딱 하나남은 방에 들어왔습니다.
이 방이 사진으로 보는것보다 훨씬 넓었어요
저 안쪽으로는 거실 비슷한 구조도 하나있고...진짜 어쩔 수 없이 비싼돈을 치르고 들어와 자게 되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샤워하고 나갈려고 하다보니 내 다리가....허억
이게 날이 갈수록 점점 까만색으로 변하더니 여행 후에 껍질이 5번이나 벗어지고,
3달이나 지난 지금도 아직도 색깔이 좀 이상합니다. ㅡ,.ㅡ
얼굴을 선크림으로 떡칠 하고 버프로 온통 다 뒤집어 쓰지 않았으면 ...
그랬다면.... 상상도 하고싶지 않습니다.^^
이날은 너무나 피곤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타이론 우즈"(전 두산 베어스 타자, 현 주니치 타자)의 경기가 있어
가까운 야구카페를 찾아갔습니다.
오사카와 나고야 일대에는 이런 샵들이 많이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서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며 야구를 봅니다.
이날 승리하며, 한신과의 격차가 확고해져 니혼시리즈에 나갈 확률이 커지는 중요한 경기였고 천적인 거인과의 경기였기 때문에, 승리할 경우 먹고 마신 음식 모두가 무료였습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지난 후기에서 보여드렸던 한신타이거스 우승 기념 지포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주니치를 응원했습니다. ^^
(후기 쓰다보니 이 때는 내가 담배도 폈구나 싶은 생각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늘이 금연 하고 담배를 한대도 피우지 않은지 30일 하고도 2일이나 지났습니다.)
이건 저녁으로 먹은 네기라면^^ 교토에서 네기라면을 먹어본 뒤로 자꾸 이것만 먹게되요
가게 주인은 제가 타이론 우즈의 전 소속팀인 두산 베어스 팬이라고 하니까 겁나게 반겨주더군요^^
나고야 돔에서 경기가 있었다면 우즈도 한번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나선 숙소로 쓰러지듯 들어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위에 보여드린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TV 상태가 매우 열악해 지상파 핵심방송 이외에는
아무것도 나오질 않아서 그냥 잠만 잤습니다.^^
아~~ 내일은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설레임을 안고
아픈 무릎에 일제 맨소레담을 떡칠 한 후 잠들었습니다.
금일 이동한 거리 속도계상의 거리는 125km 정도인데 후기 쓰면서 구글로 찍어보면 113km 밖에 안되네요
하여튼 산을 넘어 100km 넘게 제 다리 힘으로만 달려온 제 인생의 최장거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