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한복판의 오후는 그야말로 왁자지껄하고
분주하기 그지 없었지만
갑갑한 사무실보다는 시원하리라 생각해서 가까운 편의점 벤치에
커피와 초콜릿을 하나 사서 앉아 담배를 피우다 보니
문득 나도 모르게 집어든 조지아 커피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너무나 시끄럽고 정신없는곳에서
여가없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지내는 나를
시원한 커피 한잔이 이끌어 준 곳은
지난해 홀로 모든걸 훌훌 털고 떠났었던 일본의 한 국도변이었습니다.
얼마동안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주변의 시끄러움도 잊은 채 마치 그 순간의 나로 돌아간 느낌에
고즈넉히 내 자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이와의 관계도, 어떤 형상과의 조우도 아닌
혼자만의 시간이었고,
그저 나를 느끼고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눈을 감지 않아도 앞에 보이는 복잡한 풍경이 낭창낭창 흔들리며
공간이 바뀌어 가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커피하나가 이끌어준 시간속에서 그렇게 또 다시 나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나"에 대한 느낌을 통해
움베르토 에코가 이야기한 추억을 가진자의 시간여행의 느낌이 이것인가...
하고 느꼈습니다.
역시 여행은 사진을 남기는것이 아닌가봅니다.
힘들고 지친 순간에 돌아와 편히 쉴 자리를 남기나봅니다.
이 순간 또 다시 나를 만날 수 있도록
소중한 공간을 만들어 준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