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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착각

2005/11/17 00:03 Posted in 잡담[ 四方山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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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사를 하면서 내가 가진 물건에 대해 꼼꼼하게 정리하고 체크할 기회가 있었다.

목록까지 만들진 못했지만 나의 재산 대장을 만들어 봤었다.

 

내 재산 중 80%를 차지 하고있는것은 바로 책인데,  그 동안 그럴싸한 책장의 부재와 공간의 협소로 인해 라면 박스 따위에  처박아 보관 해 오던것을 이제는 넓은 공간이 생겨서 다 꽃아 버렸다.

 

완벽하게 헤아리진 못했지만 대략 5200권정도의 책이 지금은 책장에 쫘악~ 꽂여있다.

이것만 바라보고 있어도 어찌나 뿌듯한지^^ 흠 벌어먹고 살거 없어지면 뭐 헌책방이라도 하나 차리면 돼겠군....

 

학창시절 나로인해 부모님이 학교에 3번인가 4번인가 불려 오셨다.

모두다 소설책 압류로 인한 문제 였지 아마...한번은 지각해서 가방 검사를 당했는데 그 가방에서 나온 소설책 대여섯권!!!   이런 제기랄 필통도 없드라~

 

돈이 없을때, 우리동네에 있던 나름대로 초 대형 서점은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다.

신문지 까지 들고 와서 깔고 앉아 책읽던 나를 쫒아 보내지 않고 웃으면서 지나쳐갔던 어떤 점원 누나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여튼 나는 초 중 고 그리고 대학 에 다닐때까지도 공부는안했다.(정말 하나도 안했다)

오로지 책만 읽었다. 그것도 별로 베스트 셀러도 아닌 이상하고 희안한 책들을 참 많이 읽었었다.

그 많은 시간동안 나는 책을 얼만큼 읽었는가를 자꾸 헤아리게 되었고....,

심지어 몰래 책읽기 힘든 수업시간에는 연습장에 내가 읽은 책들의 목록을 적어 가며 뿌듯해 하곤 했었다.

 

그렇다...나는 책을 통해 쌓이는 나의 지식이 만족스러웠던것이 아니고 "권수"에 연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십수년을 보내던 중에 느끼고 말았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는 전혀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일이 아니라는것을

한권의 책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는가가 중요한것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너무나 너무나 늦게 깨닳아 버렸다. 욕심이 눈을 가려 이 쉬운 진리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주욱 늘어서서 옛주인의 시선을 맞이하는 오래된 책들은 나에게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나 역시 그들을 바라보면서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말할 수 없었다.

 

손 가는책 하나를 꺼내여 훑어 보던중 나의 메모를 발견 했을때의 낮설음.....

'아....이게 내가 읽기는 진짜 읽었구나....그런데 왜이리 내용이 생소할까...'

 

이제는 책을 예전처럼 신들린듯 읽지 않는다.

천천히 읽고나서 여러번 아주 조심히 되뇌이고 써보고....내것으로 만들고 싶다.

 

"나를 거쳐간 책들이 몇권이다가 아닌 이 책이 나를 만들었다~" 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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